[Camino de Santiago] 순례길 준비 - 신발과 양말 구입기

2022. 8. 18. 23:58TRIP/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 여행

반응형

안녕하세요~! 까미노 블루에 시달리는 1인입니다.

캠핑은커녕 글램핑조차 맞지 않았던 제가 순례길을 완주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맥시멀리스트라 깨알같이 가져갈 것들을 챙겼었거든요.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짐이 한계가 있기에 “취사선택”이 중요한데요, 다시 가고 싶은 제 입장에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순례길 초보이자 아웃도어에도 문외한이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제가 몰라서 놓친 점, 겪어보니 깨달은 점들을 가감 없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까미노 둘 째 날 아침, 다시 나서는 길

 

제가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챙긴 건 바로
"신발"이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엄청 긴 거리를 지속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잘 맞는 신발을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트래킹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가장 안전한 신발을 선택했어요. 바로 등산화였는데요, 저는 그때까지 등산화를 구입해본 적이 없었기에 선호하는 모델은커녕 선호하는 브랜드도 없었어요. 사실 등산화에 대해 아는 게 쥐뿔도 없다는 게 맞는 말이죠. 그래서~ 저는 백화점으로 갔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신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참고로 저때의 저는 무작정 백화점에 갔지만 나중에 검색해보니 아웃도어 매장이 종로에 모여있더라구요. 배낭을 살 때 종로에 방문했었는데, 등산화도 거기서 한 번에 보셔도 될 거예요.

일단 매장에 가서 점원분에게 순례길을 가서 800km 정도를 걸을 예정이니 알맞은 등산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직원 : 경등산화랑 중등산화 중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나 : ...?
직원 : 일반 등산화랑 보아 등산화 중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나 : ...??

 

등산화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순례길 신발 고르기


이게 다 무슨 소리냐~
저는 등산화는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직원분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발목까지 감싸주고 바닥이 더 딱딱해서 험한 길과 장거리를 걷기에 알맞은 게 중등산화라고 하더라구요.

첫 번 째 도착지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공립 알베르게


순례길은 절대 평지만 걷지 않습니다. 프랑스길의 경우 일단 첫날 가뿐하게 피레네 산을 하나 넘어줘야 하거든요. 이후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끊임없이 나타나요. 또한 때로는 아스팔트 길을 걷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순례길은 흙길, 돌길이라 울퉁불퉁하고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해요. 게다가 비 오는 날도 많아서 길이 절대로 순탄하지 않아요. 그런 길을 걷기에는 중등산화가 발목을 딱 잡아주니 발목이 삐끗할 뻔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고, 뿐만 아니라 내리막에서 발이 앞으로 쏠려 발가락이 다치는 것도 막아줘서 중등산화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중등산화 장단점

제가 생각하는 중등산화의 장점은
1. 발목을 잘 잡아준다
2. 발목을 잡아줘서 내리막길에서 발가락이 신발 끝에 닿지 않게 해줘서 발가락을 보호해준다
3. 바닥이 딱딱해서 울퉁불퉁한 바닥으로부터의 충격을 막아준다
이에요.


그럼 단점은 없느냐?
1. 덥다
2. 무겁다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순례길에서 일반 트래킹화나 샌들 등을 신고 왔다가 초반에 발에 문제가 생겨서 오랜 시간 고생하는 분들을 종종 봤어요. 그래서 순례길 도중 신던 신발을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순례길의 작은 마을에는 때론 마트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외진 곳들이 많아서 신발을 사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고 큰 도시까지 참고 가야 할 수 있으니 일반 운동화나 트래킹화로 충분히 연습이 된 분들이 아니라면 안전한 중등산화를 신고 걸으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가벼운 트래킹화를 신어야겠다면 꼭 미리 연습하고 길들인 후에 가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려요.

그리고 또, 뭐, 보아? 가수 보아 말고 이 세상에 다른 보아가 있었더냐? ㅠㅠ 결국 직원분에게 물으니 일반 끈으로 된 것 말고 와이어로 묶어서 다이얼로 조였다 풀었다 하는 걸 "보아(BOA)" 등산화라고 하더군요. 다만 보아 등산화의 경우 외국에서 장기간 걷다가 혹시라도 만약에 고장이 나면 수리가 어려워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중간중간 휴식 때 신고 벗기에는 편할 것 같지만 여기저기 잘 부딪히고 다니는 저에게는 몹시 위험한 아이로 느껴져서 패스했어요. 내 통장보다는 손꾸락이 고생하는 게 낫지 싶더군요. 그리고 저는 끈이 끊어진 경험이 있다는 어떤 분의 얘기를 듣고 여분의 등산화 끈도 추가로 준비해 갔어요. 네, 미니멀리스트를 추앙하는 맥시멀리스트랍니다.

등산화를 골랐다면 이제는 신어봐야죠~!


보통 등산화는 일반 신발과 달리 매장에서 신어볼 때 "양말"을 제공해 줘요. 대부분 등산화를 신을 때 등산용 양말을 함께 신는데요, 등산용 양말은 두께가 있기 때문에 일반 양말이나 맨발로 신발 사이즈를 가늠하면 막상 실제로 길을 나섰을 때 발이 꽉 껴서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가지고 갈 양말을 미리 준비하셨다면 그걸 가지고 가서 함께 신어보는 걸 추천드려요. 제 경우에는 매장에서 주는 양말의 두께가 제각각이고 실제로 제가 가져간 양말보다 많이 얇은 편이었거든요.

사실 "양말"도 등산화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순례길 양말 준비


그럼 이쯤에서 갑자기 양말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순례길 준비에 대해 여기저기 조사를 해보니 대부분이 추천하는 양말이 있더군요. 그건 바로 "등산용 울 양말을 신어라", "발가락 양말을 신어라"였습니다.
등산화는 울퉁불퉁한 길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이 좀 더 딱딱합니다. 그 딱딱한 바닥으로부터 우리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 울 양말을 추천하더라구요. 또한 울이 땀을 잘 흡수하고 잘 마르기도 한대요. 그래서 저는 먼저 걸어본 사람들의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발가락 양말?! 처음에 "발가락 양말" 추천을 봤을 때 저는 으익~ 했습니다. 발가락 양말은 무좀 있는 사람들이 신는 양말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물집과 사투를 벌입니다. 물집 한 개도 안 잡힌 사람은 못 봤을 정도니까요. 우리가 걷을 때 답답한 신발 속에서 우리 발가락들은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물집이 잡히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발가락 양말을 신으면 발가락끼리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결국 발가락 양말을 준비해 갔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쇼핑


지금은 등산용 울 양말을 검색하면 더 많은 종류가 나오는데, 제가 준비할 당시 "발가락 양말 + 등산용 울 양말"하면 대부분 인진지 양말을 추천받았습니다. (❌광고 아님 주의). 그래서 저는 온라인에서 인진지 양말 두 켤레를 구입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매일 빨아야 하는 만큼 마르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두 켤레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좀 더 많이 신은 양말에 구멍이 슝슝~ 나더라구요. 나머지 하나로 끝까지 버텨내긴 했는데, 실과 바늘 꼭 챙겨주시구요, 여유 있으신 분은 하나 더 준비하시면 마음이 편안하실 거예요.

그리고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들 여럿이 똑같은 양말을 가져왔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세탁을 맡기면 어떤 게 자기 양말인지 구분이 안돼서 섞여버리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양말 한 구석에 작게 실로 표시를 해두어 구분을 하기도 했지요.
만약 나는 비용 절약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빨래를 할 수도 있겠다 싶으신 분은 미리 표시를 해두는 것도 좋아요. 숙소마다 세탁 비용 기준이 다른데요, 어떤 곳은 무게로 세탁 비용을 받고 또 어떤 곳은 그냥 머신을 사용하는 기준으로 비용을 받기도 해요. 또 큰 도시에서는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면 머신당 비용이 부과되니까 함께 모아서 빨래를 돌려서 돈을 아끼기도 해요. 가방 탈탈 털어서 빨래를 돌리지 않는 한 웬만하면 머신 하나를 다 채우진 않거든요.

이제는 진짜로 신발을 구입해보아요.


백화점에 가서도 어떤 브랜드, 어느 정도 가격대의 등산화를 골라야 할지 사실 좀 막막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제가 신었을 때 발이 가장 편한 걸로 골랐어요. 전문적으로 꼼꼼하게 고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기능적인 면에 대해서는 저는 그냥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을 믿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골랐던 건 코오롱 스포츠 등산화였습니다. 제 눈에 더 예뻐 보이고 인기 있는 다른 브랜드 등산화들도 있었지만 제 발에는 조금씩 크거나 꽉 끼거나 불편하더라구요. 더 좋고 비싼 등산화들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성능만 잘 갖췄다면 굳이 무리를 해서 고가의 신발을 구입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순례길에서 만나는 험한 길 위에서는 모두가 그저 진흙 투성이의 신발일 뿐…
저는 매장에서 등산화를 골랐지만 저는 바로 구입은 하지 않았어요. 매장에서 선택한 등산화의 모델명을 사진으로 찍기만 하고 집으로 와서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친절했던 매장 직원님 미안합니다. 휘리릭~ 검색해보니 온라인이 더 싸서 어쩔 수 없었어요...🙄)

모두들 한 달 정도
등산화를 길들이고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비행기 티켓팅하고 보니 한 달도 남지 않았더라구요~ 그래도 신발을 가장 먼저 구입하고 조금이라도 신어보려고 시도는 해봤습니다. 나중에 백팩 사러 나갈 때 한 번 신고 나갔다가 너무 더워서 그 뒤로는 그냥 안 신고 모셔두고 출국할 때서야 두 번째로 신고 나갔죠. 굳이 이제 와서 길들이겠다는 목적은 아니었고, 그냥 제 짐이 많았습니다. 등산화를 가방에 넣느니 신는 게 낫겠다는 그냥 그런 이유였어요.

그렇게 저는 생애 첫 등산화를 구입했고, 그 아이와 함께 순례길을 끝까지 잘 완주했습니다.

갈 때는 새 거였는데, 길을 다 걷고 나니 참 고단해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신발을 고를 때 참고하실 내용을 정리하면,

  1. 이미 트래킹 하기에 익숙한 신발이 따로 있는 게 아닌 초보자라면 중등산화를 추천합니다.
  2. 다이얼 스타일의 보아 등산화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만약 고장 날까 염려스러운 분은 끈 등산화를 추천합니다.
  3. 본인의 발이 이미 단련이 된 게 아니라면 발을 잘 보호해 줄 울 양말과 발가락 양말의 조합을 추천합니다.
  4. 양말을 먼저 준비했다면 매장에 가지고 가서 그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어본 후 선택하시기를 추천합니다.
  5. 신발을 신었을 때 발이 부을 경우를 대비해 살짝 여유 있게 선택하시되 너무 커서 발이 헛돌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다시 준비할 때는,

  • 신발은 중등산화를 선택할 거예요. 하지만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 고가의 신발을 구입하진 않을 거에요.
  • 양말은 다시 선택해도 울양말 + 발가락 양말을 준비할 거예요.

 

이 내용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각자 자신의 성향, 취향에 맞춰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순례길을 걷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참고해서 정리했으니, 처음 준비할 때 아무것도 몰랐던 저처럼 막막한 어떤 분에게 제 이야기가 쓸모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다시 걷고 싶어지는 풍경이네요


부엔 까미노~

 

어떤 게 필요할 지 몰라 준비해 봤어요

순례길 이야기들

  1. [Camino de Santiago] 순례길 준비 - 신발과 양말 구입기
  2. [Camino de Santiago] 순례길 준비 - 배낭, 보조 가방
  3. [Camino de Santiago] 순례길 준비 - 모자, 스틱, 장갑, 판초 우의, 스패츠, 무릎 보호대 등
  4. [Camino de Santiago] 순례길 준비 - 옷과 빨래
  5. [Camino de Santiago] 순례길 준비 - 발 관리 방법, 의약품, 그리고 화장실 이야기
  6.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짐 배송 - 생장 캐리어 배송, 우체국 배송, 동키 서비스 정보
  7.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씻기 - 세면도구, 화장품 준비 및 사용 팁
  8.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 프랑스길 일정
  9.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 여행 경비 관리 및 여행자보험, 유심 준비하기
  10.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지, 프랑스 생장 가는 방법
  11.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숙소 잡는 방법
  12.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간단한 스페인어 알아두기
  13. [Camino de Santiago] 순례길 비상 시 대처 방법

 

반응형